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로저 젤라즈니 소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8점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열린책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대한 미스터리 이제 풀렸다… 자신의 완성, 자신의 성장 외에 관계맺기에 관심없는 마초들의 향연이라 찜찜했던 거야.. 요즘 유행하는 중2병 먼치킨 판타지 주인공 보는 거 같거든. 물론 글은 한 오만배쯤 낫지만... 이라고 미투데이에 올렸는데. 그게 그렇다.

지나치게 자기 내면의 문제에 치중한달까. 그러고보니 저번에 별을 쫓는 자에 대해서 어떤 분이 지나치게 내면으로 파고 들어서 별로다.. 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한데 나는 이제야 느낀 듯하다. 솔직히 이 사람의 대표작인 신들의 사회나 내 이름은 콘라드를 아직 읽지 않았으니까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불편했던 이유는 그거가 맞는 것 같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그 자신의 완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영웅과 같이 '신'이 되기를,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를 추구하는 것만이 자신의 운명인냥.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세계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타자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한점 고민 없이 달려나가기만 할 뿐이면서 '전도서'의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를 읊는 것은 그저 중2병으로만 보인다. 차라리 정말로 정의의 사자, 영웅을 목표로 하는 열혈 청년이기라도 하면 모를까 주인공들 꼬라지 하고는 분위기 잡는 거시 그야말로 이고깽 주인공이나 3류 느와르 주인공 풍이다. 학자연 하는 마초, 제가 무슨 백경의 주인공 선장인 줄 아는 마초, 희대의 산을 정복하려 하는 탐험가 마초... 심지어 인간-신!이 되어버린 로봇 먼치킨까지! 각종 마초 먼치킨을 섭렵하는 단편집... 이렇게 한 단편집의 작품들이 고르게 같은 이야기를 하는 책도 드물겠지. 에휴 읽다보면 지친다.

물론 아무리 그런 이야기들 천지라도 로저 젤라즈니 쯤으로 재밌게 쓰면 재밌긴 하지만 이게 재밌긴 해도 기분이 찝찝하고 불편하고 그런 것이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나는 역시 어슐러 르 귄쪽이다. SF와 판타지 양쪽을 다 쓰는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외국 작가들 중 왜 하필 어슐러 르 귄이냐면 이 사람은 개인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변화해가는 모습을 잘 묘사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인 아버지... 어쩌구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고 쇙각될 만큼.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는 이유도 하나의 사건, 혹은 개인의 어떠한 행동이 주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또 그 영향이 개인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잘 그려내기 때문인데... 이건 취향 문제겠지. 내가 어슐러 르귄 빠순이고 미야베 미유키 빠순이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


http://hibernate.egloos.com2010-06-28T03:17:44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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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ukesky 2010/06/28 13:29 # 답글

    저도요. 저도 젤라즈니는 나이를 먹으면서 확실히 시들해지더라고요. 대신 르귄에 대한 찬양은 시간이 갈수록 늘더군요.
  • 夢影 2010/06/28 13:37 #

    저는 나이를 먹기 전에도 젤라즈니보다 르귄파였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그게 더 심해졌어요.
  • 191970 2010/06/28 13:35 # 답글

    저도 그 마초들의 모험담이란 이유로 젤라즈니가 시들해지는데.. 그럼에도 젤라즈니를 놓을 수 없는 건 전 문장때문인 거 같아요. 특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민에 있는 몇몇 단편은 묘사들이 너무 아름답거든요.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폭풍의 이순간' 인 듯.
  • 夢影 2010/06/28 13:38 #

    번역된 것으로 보아도 멋진 문장이지요. 그래서 욕해가면서도 손에서 못 놓고 다시 읽었죠 뭐.
  • 2010/06/28 16:49 # 삭제 답글

    무식하기는
  • 夢影 2010/06/29 13:39 #

    너무 황당한 덧글이라 답글이 달고 싶어졌어요! 오오 어디가 어떻게 무식한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보는 익명 닉에 나도 인기 블로거(그럴리가)가 되었나 착각할 정도예요!
  • 베스퍼 2010/06/29 14:41 # 삭제 답글

    장편에서는 관계지향적인 고민남들 많이 나옵니다. ^^ 단편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런데 위에서 말하시는 마초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남성우월주의자라는 뜻인가요?
  • 夢影 2010/06/29 14:45 #

    아뇨.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남성성이 응축되어 있다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그게 나쁜 거라는 의미로 쓴 건 아니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취향이 이상해서 그렇지(<-삼국지도 영웅주의 쩐다며 때려친 인간) 무협이고 영웅소설이고 마초성이 있기 때문에 더 재밌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요. 아무튼 젤라즈니 장편-특히 유명한 신들의 사회나 내이름은 콘라드를 읽어보고 싶긴 해요(앰버는 일단 너무 기니까 내버려둔다고 해도)! 아 저주받은 자 딜비쉬는 읽었는데 그건 또 재밌게 보았거든요. 그때그때 컨디션 따라 이 마초 훗가시가 너무너무 좋거나 아니면 너무너무 싫어지는 듯 하더군요. 근데 진짜 이게 어디 올라갔나요.. 왜 이렇게 덧글이 많이 달리지? ㅇ,ㅇ;;
  • 베스퍼 2010/06/29 15:16 # 삭제

    그런 뜻이셨군요.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로 검색하니까 한방에 뜨던데요. 저는 알라딘 서평들이 재밌어서 검색하다가 흘러들어왔습니다. ^^
  • 夢影 2010/06/29 15:17 #

    그렇다면 이거슨 우연... ㅇ,ㅇ;; 혹은 기분상의 문제? 아무튼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크바시르 2010/06/29 18:13 # 답글

    르 귄보다 젤라즈니를 좋아하는 독자가 여기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세상 별 거 있나~라는 특유의 무심한듯 시크한듯 보란 듯한 마초들의 후까시가 너무 좋더라구요. 그것도 중2병 정도의 무늬만 마초인게 아니라 뼈속까지 마초인 주인공들. 이런 쿨하다 못해 냉소적인 마초들이 한번씩 미친듯이 멋진 문장을 터뜨려주면 그게 또 사람을 넘어가게 만들더라구요.
  • 夢影 2010/06/30 09:27 #

    저도 골수 마초에 대한 알레르기만 아니면 젤라즈니를 무척 좋아하게 될 텐데... 근데 마초 영웅에 대한 발작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제가 두번씩이나 읽은 다음에 깨닫게 될 정도였잖아요... 취향이 아닌 인간마저 투덜거리며 보게 만드는 젤라즈니의 글솜씨에 화가 나려고 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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