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테드 창 소설

아껴두고 아껴두다가 이제야 읽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엔트로피에 관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학 쪽은 무지하니까 그러한 아이디어 측면의 이야기를 집어치우더라도, 한 문명의 종말을 그려낸 저작으로서, 또 필연적으로 종말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생명에 대한 저작으로서 굉장히 멋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압차로 공기가 흐를 때 금박이 흔들림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자아. 필멸의 존재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금박의 떨림이, 내가 존재했던 '한순간'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

테드 창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간직하고 있다. 인과론에서 벗어나, 정해진 결말과 상관없이 현실에 충실한 어떤 사람들. 아니 '정해진 결말'이란 것 또한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사건들 중 하나 뿐인 것만 같은 느낌. 그 결말마저 소중한 어떤 것이라 여겨 의심치 않는 확신에 찬 삶

그러다보니 갑자기 청년 데트의 모험이 다시 읽고 싶어져서 1권부터 5권까지 정주행.
페라모어들의 삶은 마치 테드 창 이야기 속의 외계인들 같다.
그사람들이야 어떠한 결말이라도 그것 또한 자신의 삶의 일부라며 기꺼이 받아들인다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속이 끓는다. 아이구야.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덧글

  • 푸른깃 2009/07/13 15:03 # 답글

    굉장히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 같아요. 아직 읽지 않았지만 夢影님 리뷰만으로 벌써 두근두근거려요. 정말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읽어야 할 이야기 같네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움을 이번에도 배신하지 않았나 보군요 테드창.ㅠㅠ 정말 기대되네요. 좋은 소식 또 하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夢影 2009/07/14 09:21 #

    제 리뷰를 읽고 마음에 드셨다니 기쁘네요. ^^ 참고로 이건 판타스틱 여름호에 실린 단편입니다. 그러니까 정말 한참 아껴둔 셈이죠. 푸른깃 님도 어서 읽으시고 저와 같은 감동을 맛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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