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두고 아껴두다가 이제야 읽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엔트로피에 관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과학 쪽은 무지하니까 그러한 아이디어 측면의 이야기를 집어치우더라도, 한 문명의 종말을 그려낸 저작으로서, 또 필연적으로 종말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생명에 대한 저작으로서 굉장히 멋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기압차로 공기가 흐를 때 금박이 흔들림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자아. 필멸의 존재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금박의 떨림이, 내가 존재했던 '한순간'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
테드 창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간직하고 있다. 인과론에서 벗어나, 정해진 결말과 상관없이 현실에 충실한 어떤 사람들. 아니 '정해진 결말'이란 것 또한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사건들 중 하나 뿐인 것만 같은 느낌. 그 결말마저 소중한 어떤 것이라 여겨 의심치 않는 확신에 찬 삶
그러다보니 갑자기 청년 데트의 모험이 다시 읽고 싶어져서 1권부터 5권까지 정주행.
페라모어들의 삶은 마치 테드 창 이야기 속의 외계인들 같다.
그사람들이야 어떠한 결말이라도 그것 또한 자신의 삶의 일부라며 기꺼이 받아들인다지만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속이 끓는다. 아이구야.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 2009/07/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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