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물이야기/피리술사-미야베미유키 소설

오랜만에 책 두권을 후루룩 읽었다. 미야베미유키 시대물은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좋다. 모시치 이야기만 해도 혼조후카가와 때부터 좋아했고, 피리술사는 안주에서 연애질 때문에 실망했다가(응?) 본령인 으스스하면서 따스하고, 따스하면서도 어딘가 싸늘한 미미 여사 특유의 괴담으로 돌아와서 맘에 들었다. 편집자는 연애가 진도가 안 나간다고 답답해하는 것도 같지만... 근데 앞부분이랑 뒷부분을 너무 오랜 간격을 두고 봐서 연작들 중 어떤 것이 가장 맘에 들었나는 기억이 나지 않음. 일단 마지막 얼굴 빌려주는 남자 얘기가 좋긴 했지. 뭔가 일본 특유의, 그 시대 특유의 안분지족이랄까 순응하는 태도가 답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건 그려내는 시대가 시대니까 뭐... 괴담 자체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한을 풀어버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모시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가? 이대로도 괜찮겠지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좀더 이야기를 엿보고 싶기도 한데. 어떨지 모르겠다.
미미여사 시대물을 줄창 읽고 싶은 기분이 드는 밤이다.

이사 준비중

sns에서 다시 블로그로 오려고 준비중. 그래도 일상은 안 올릴 거예요.
집 이사도 준비중
직업 이사도 고민중




지킬 앤 하이드 보고 왔습니다. 기타

서울-블루스퀘어-류정한 막공!
블루스퀘어는 갈 때마다 마음에 안 드는 공연장이다. 
좌석간격 좁고, 경사 낮고 앞사람이 170 이상만 돼도 무대가 떡 가려지는 S석이라니 이것들이 미쳤나.
물론 좌석 배분은 공연기획사에서 했겠지만... 블루스퀘어가 문제라는 느낌이 가시지 않습니다.
내가 막공 티켓오픈날 야근만 아니었어도 R석은 사는 건데 ;ㅁ; 아이고 아이고.
VIP나 R석에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는데, 온갖 종류의 부산함이...

옆 사람은 덩치도 크면서 꼭 공연시작된 다음 있는 대로 팔 치켜들면서 안약을 넣고(제발 밝을 때 넣어 ;ㅁ;)
커튼콜까지 사진촬영 금지라고 했는데 여기저기서 찰칵거리면서 사진 촬영해대고
... 이거 그러고보니 연령제한 없는 건가? 왜 초딩이 저기 있지?
나도 추리소설 같은 건 초딩때부터 읽었지만 괜찮은 걸까?? 지킬앤하이드 봐도 되는 거야?
아니 근데 애 안 보인다고 무릎 위에 앉히신 건 그렇다 치고 애가 의자 발길질 못하게 해주세요. ;ㅁ;
그리고 다들 일어나서 기립박수하는 커튼콜 중간에 나가신다... 아...

그러나 이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봤다.
마지막에 지킬 자살하고 엠마가 그 곁을 지키는 장면에선 눈물도 찔끔.
류정한이 정말 미친 놈 같아서 대단하게 느껴졌다. 파워 박력.
루시도 연기 잘했음. 처음 나와서 노래할 때 음색이 마음에 들어서 확 끌렸음. 엠마의 이지혜 쪽보다는 이쪽이 내 취향...
근데 확실히 너무 옛날 뮤지컬이라 여자들 역할이 너무 전형적인 느낌이라서 그점은 끝까지 마음에 걸리더라.
여자들은 기다리다가 잃거나 / 기다리다 죽거나 이런 게 좀... 

암튼 전부터 보고 싶어서 ost만 주구장창 들었는데
직접 보게 돼서 너무 좋다.
이제 넥스트 투 노멀만 보면 세상에서 제일 보고 싶은 뮤지컬은 다 보는 셈이 아닐까.

근데 어제 공연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은데
어느 샌가 국내 ost들도 전부 막히고(계약 만료인가? 미리 다운로드 받아 놓을걸),
아직 10주년 기념 ost는 나오지 않고.. ;ㅁ; ost를 달라.. ;ㅁ; 



2014년 8월 26일 교토 여행 교토

어... 모두들 오랜만? 

생업에 치여 내 사진 훑어볼 시간조차 없더라. 하하. 그래도 이제라도 쓰기로 하길 잘했지 뭐야. 누군가 내가 그 살인적인 일정을(내 구글 일정표를 본..) 정말로 소화해낸 거냐며 여행기를 올리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올리기로 했어. 욕심처럼 다 보지는 못했지만, 욕심을 배제하고 냉정한 시각으로 여기까지는 볼 수 있을 듯! 한 만큼은 다 보았다는 느낌? 그래서 마저 올리기로 했음. 그러나 포스팅 세 개 째에 이제야 첫날의 여행 중반까지 썼으니 ㅎㅎㅎㅎ 아니 사실 중반이라고 하기 그런게, 사진의 시각을 보면 알겠지만, 덴류지-치쿠린-라쿠시샤-노노미야 신사는 2시에서 5시 사이에 모두 이루어진 일정임. 물론 도보 시간이 10분 안팎이라 3시간 풀로 구경에만 쏟아서 그렇게 짧다거나 숨차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아무튼 이후 일정은 그러니까 긴 여름 날과, 유적으로 지정된 시설이 아닌 신사와 절에는 딱히 폐문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저녁 일정 되겠습니다. 밥이고 간식이고 차고 다 필요없어. 일단 걷습니다. 구글 지도와 두발을 이용해 도게츠교-법륜사-마쓰오타이샤-한큐 케이한 전철역 '마쓰오 타이샤 역'으로 이어지는 코스.

사진빨로 천년된 다리인 척 한 실제로는 철근콘크리트 다리인(난간만 목재로 분위기를 냈다) 도게츠교를 건넌다. 가쓰라가와(桂川)에서는 나룻배로 저기 위쪽부터 여기 도게츠교까지 오가는 관광 코스가 있다는데 일단 이날은 사진에 보이듯 강이 범람... 그리고 난 뱃놀이 따위에 돈을 쓸 시간은 없다... 랄까 혼자 그런 거 하고 싶지 않아. 거칠게 흐르는 강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기분이 상쾌해져서 관광코스 따위 다 무시하고 무려 '에디슨' 등을 신주로 모시는 전기의 신사 + 절 법륜사(호린지)로 향했다. 향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모두들 도게츠교에서 탈락한 느낌?
사실 절이 본체고 신사는 일종의 부록? 인데 에디슨을 전기의 신으로 모신다는 게 너무 싱크빅해서(...) 신사만 기억이 난다. 잠깐 뒤져보니 신사는 덴덴궁이라고 이름붙어 있고 덴덴탑을 세워 좌에 헤르츠, 우에 에디슨을 봉안했다고.... 그러나 계단 오르다 지쳐서 중간에 끼어 있던 신사는 정작 사진 찍는 걸 잊었다 한다... (뭐지?) 아무튼 여기가 절의 본당인듯. 허공장보살을 모신 절. 이름도 모르는 보살을 모신 작은 절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도 그렇고, 우리나라 쪽하고 형식이 많이 달라서 항상 신기하다. 우리나라 삼성당 등이 절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이쪽도 신사가 절안에 들어와 있는 게 많은데 대웅전 같은 건 별로 없고... (한마디로 석가모니를 모신 절이 별로 없음) 이 절처럼 불교에 지식이 얕은 나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허공장보살이나 미륵이나 관음이나 .. 아무튼 실제 부처보다는 보살 모신 곳이 더 많은 것도 같은 느낌적 느낌... 뭘까? 여기서 보는 가쓰라가와 인근 풍경이 죽인다고 하지만, 하필이면 날씨와 기타등등의 관계로 전망 좋은 그곳이 폐쇄되어 있었다. 괜찮아. 전망보러 다니는 건 아니니까. 아무튼 호린지 내려올 때쯤엔 비가 그쳤다. 우산을 접어서 대충 가방 한 켠에 걸고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호린지에서 마쓰오 타이샤까지는 대략 30분 정도 도보 소요 예정. 전철 역으로는 한 정거장인데 거기까지 가는 것도 일인데다 걷고 싶어서 정말로 관광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생활 그자체의 교토 교외 주택가를 쓱쓱 걷는다. 개천이 도로와 어우러져 있는 게 죄다 덮어놓고 보는 우리나라랄 정말 스타일이 달라서 확실히 놀라웠지. 물 맑기로 소문난 게 교토라고는 하지만 말이야.

신식의 깔끔한 가옥부터 돈이 없어서 그냥 삽니다... 하고 사는 것 같은 전통 가옥까지 다양한 집들과 골목들을 지나쳐서.. 하교하는 어린이 떼들과 마주치고 귀여움에 몸둘 바를 모르다가, 자전거 타고 장봐서 돌아오는 듯한 아주머니도 만나고,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냥 교토 생활자의 기분으로 터벅터벅 걸으니.. 교토에 살고 싶다. 도로 깨끗해 ;ㅁ; 조용해 ;ㅁ; 교토 ;ㅁ; 

아무튼 정신 차리고 마쓰오 타이샤. 원래는 마쓰오 타이샤 내에 있는 유명한 정원을 볼까 말까 오래 고민했는데, 일단 시간이 안 됐고 (5시까지밖에 안 함), 한정된 시간 내에 마쓰오 타이샤의 현대 정원과 덴류지의 옛 정원 중 하나를 고르라면 (둘다 폐장 시간이 비슷했고 여관에서 가려면 어느 한 쪽을 출발지로 선택해야 했음) 난 역시 옛 정원을 선택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마쓰오 타이샤는 정원은 포기하고 그냥 신사만 구경하기로 했지. 나쁘지 않았어. 그냥 아무도 없어서 그렇지... 음... 정말... 엄청 유명한 관광지인데 어째서 이렇게 쥐죽은듯 고요한 걸까. 신사의 화려한 붉은 빛과 장식들에 비해 아무도 없으니까 절의 고즈넉함하고는 차원이 다른 뭐랄까... 어...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거 같은 이질감? 그런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때쯤엔 슬슬 피곤해져서 슬렁슬렁 대충 구경하고 휙. 신사하고 안 맞는 거 같다는 마음은 이때부터였던듯. 앉을 데도 없는데 그냥 휙 둘러보면 끝이라... 어.. 뭔가 아는 유래라든가 재미난 작품과의 연관성이라든가 그런 거라도 기억이 났다면 한세월 머물러 있었겠지만, 난 그런 세부기억에 약해서 말이지. 

아무튼 술의 신사. 전국의 주조가에서 술통들을 신사에 바쳐서 이런 특이한 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왠지 나 감흥이 없었어. 얼마나 귀찮았으면 가까이 가서도 안 찍었겠어. 뭐 모든 사람들이 다 찍어가서 인터넷에 마쓰오타이샤만 치면 나오는 게 이 사진이라는 점도 한몫했지... 음... 그보다는 비에 젖은 석등 같은 게 더 내취향.
아무튼 아무도 없고 쓸쓸하고, 혼자서 사진 찍고 있으니 잉여가 맞긴 한데 진짜 잉여 같고 해서 휘적휘적 다시 신사를 나섰다. 그리고 한큐전철을 타러 마쓰오타이샤 역으로... 한큐아라시야마 선을 타고 가쓰라 역에서 내려서 한큐교토 선을 타고 데라마치에서 내렸음. 여관까지 한 블럭. 그것도 최대 번화가인 데라마치를 가로지르면 됨. 이 놀라운 동선은 뭐지.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번화가 구경도 실컷 하네. 한큐 전철이 꽤 특이했는데, 그냥 우리 지하철의 스몰 버전 같던 교토지하철 노선이나, 정말 이거야 말로 전차구나 싶던 란덴과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 차마 내부 사진을 찍으며 진상 관광객 인증을 할 수가 없었다. 신기했는데.. ;ㅁ;

아무튼 데라마치! 이왕 데라마치에서 내렸으니까 여기서 밥먹자! 왁자지껄한 관광객과 쇼핑객의 천국에서 밥먹자!!! 했는데... 소심한 저는 이 사람많은 거리를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냥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왠지 적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이런 신사들이 끼어 있고 또 엄청 번화해서 신기해하며 사진이나 찍고요... 옆에 패스트푸드점도 있고 식사 제공되는 커피숍도 있고 밥집도 있고 많은 게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러고서는 시청 근처의 여관 골목까지 들어서서... 어귀의 골목 1층에 소바집이 이렇게 불이 켜져 있기에 이럴 땐 또 대범함을 발휘해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아무도 없다. 그리고 주방과 서빙 모두 합해 젊은 남자 둘이 전부. 오늘은 식당 전세의 날이다. 식사 되나요? 하고 소심하게 물으니 된다며 메뉴판을 건네준다. 그렇지만 나... 알다시피 역사용어는 알아도 음식용어는 모르는 '책으로 언어를 배웠어요'의 전형적인 인간이라... 알아보는 게 자루소바밖에 없었어. 가장 기본. 그래서 그냥 그거 시켰지. 
음... 여기도 똑같이 소스가 나오긴 하는데... 어... 근데 왜 이렇게 진하지? 왜 이렇게 짜지? 이렇게 먹는 거 맞는 거야??? ;ㅁ; 몰라 짜! 짜다고! ... 음... 그래 내가 짠 음식을 잘 못 먹거든. 일본 오면서 제일 걱정한 부분이지. 짜고 매운 건 한국에서도 잘 안 먹음. 국물 죄다 남김. 그래서 이 소바는 국물에 담궈서 후루룩이라기보다는 간장 찍듯 살짝 찍어서 먹었다. 그렇지만 나... 말 잘 못해서 짜다고 말하거나 할 자신이 없었어. 일단 짜다가 뭔지 일본어로 생각이 안 나. 아니 한국어로 말하라고 해도... 음... 아마 말 못했겠지. 이게 육수 타서 먹는 애도 아니고... 아무튼 그냥 시원하다는 거로 만족하자. 실패도 성공도 아닌 미묘한 메뉴 선정이었다는 기분으로 여관으로 터벅터벅. 데라마치에 맛있어 보이는 거 많았는데 난 왜... 난 왜... orz

그리고 여관 도착. 드디어 체크인을 한다. 짐을 맡겨놨던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짐은 벌써 방에 가져다 놨다고. 그리고 결제. 어......... 해외 결제가 안 되네. 데헷? 다행이야. 주거래 카드 말고 다른 카드도 가져와서... 안 그랬으면 나 이국만리 타향에서 현금 탈탈 털리고 갈데 없어 멘붕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르거든. 허허허. 우리V카드를 쓸 때는 미리 해외 사용을 허용해놓읍시다. visa 카드래도 기본이 해외 사용 안함으로 되어 있더군요. 인터넷 등등을 이용해서 락 걸어놓은 거 해지를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아 귀찮아. 국내에서 결제하고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부킹닷컴이나 자란넷이나 일반적인 예약 사이트는 선결제 시스템이 아니더군요. 어찌보면 더 투명하게 운영되는 셈. 아무튼 직원과 내가 둘다 함께 멘붕에 빠지기 직전에 가까스로 결제 성공. 친절한 언니는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느 정중하고 멋진... 진짜 만화에서 본 여관 주인 마님 같은 할머님이 기모노 멋지게 차려 입고 나타나셔서 객실로 안내를 해주십니다. 와...... 저 7만원짜리라고요? 트윈에 7만원 짜리예요. 10~30만원대의 고가여관 아닙니다. 그런데 어 님.. 멋지시네요. 아니 할머니 굳이 연세 드신분께 이렇게 안내받을 정도는 아닌데요... 뭐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교차하는 가운데
방에 들어왔습니다.

 전 분명히 혼자라고, 1인 예약한다고 밥도 1인만 예약했는데... 이불 두채. 어.......... 넓게 자라는 걸까요? 의자도 두 개네요. 유카타도 두 벌, 수건도 두 개, 칫솔도 두개.......... 사진으로 본 완전 좁은 방도 아닐 뿐더러(가격은 같은데) 모든 게 두 개씩 있는 트윈룸이네요. 전 분명 싱글룸을 예약했거든요. 1인! 1인! 결제도 1인으로 해줬잖아!  ;ㅁ; 저 혼자 왔다고 놀리시나여. 치워달라고 했는데 내 일본어가 이상했던 걸까... 사실 이 다음날도 모두 두벌이었습니다. 허허허.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정원쪽으로 창이 난 방을 원했지만, 왠지 도로변으로 창이 난 방을 얻어서 잠시 실망.. 조용한 방을 달라고 해서 그런 걸까 잠깐 고민을 했지만 뭐 밤중엔 다 상관없지 뭐. 베란다 나가도 보이는 게 없는데. 차나 마시고 오늘 하루는 마감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새벽같이 일어나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아무리 공항에서 가까워도 5시 기상은 정말 힘들었다. 자야겠어. 차는 그저 티백이지만 티백치고 정말 맛있고! 다기가 예쁜 게 맘에 들더군요. 과자도 딱딱하지만 차와는 좋았어요. 제가 이 여관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인 객실에 딸린 욕실을 여유롭게 이용하고... 그러니까 위의 사진 문 바깥에 현관이 있고 세면대가 있고 화장실 겸 욕실이 따로 있는 구조였습니다. 7만원에 누리기 어려운 구조임 정말! 내가 제주도에서 7만원에 잤던 방을 생각하면 여기가 10배쯤 좋음. 내가 숙소는 진짜 100번쯤 칭송해도 손가락이 안 아깝다. 교토 시청역 근처 니시야마료칸 많이 사랑해주십쇼!
생각해보니 갑자기 여관에서부터 존댓말.. 음.. 이 여관은 존댓말로 해야 할 거 같은 포스야. 그럼 이걸로 드디어 8월 26일 여행 첫날의 일기는 끝!



2014년 8월 26일의 간사이 공항-교토-아라시야마 2탄 교토

2014년 8월 26일 간사이 공항-교토-아라시야마 2탄

마지막날 밤인데 첫째날 일기를 아직 쓰고 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이글루스 글쓰기에서 직접 쓰는 건, 폰이든 아이패드든 너무 느려서 포기. 아이패드 메모 기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오 싱크가 늦지 않아! 오오오오!

아무튼 다시 첫째날 이야기로 돌아가서, 밥을 먹었으니 첫날 목표인 아라시야마로 간다. 이 일정을 어떻게 짰냐면..

내가 작년에 제주도 갈 때는 답사 코스 짜듯 식단과 버스 시간과 관람시간, 가격 등까지 칼같이 엑셀표로 만들어서 갔거든? 하나도 어김없이 잘 지켰다고. 근데 이번엔 4박5일이나 되잖아?? 게다가 사실 제주도 이틀째에는 그냥 우도 셔틀 타고 한바퀴 돈 게 전부라 고민할 것도 없었고... 여긴 고민할 게 너무 많은 교토야! 갈 곳이 너무 많아서 몇달을 살아도 부족하다는 교토!
일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교토편을 읽고 그 지도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5일간의 동선을 짰어. 자세히가 아니라 여행가이드북 등에서 보통 하나의 코스로 묶는 구역들에 유홍준 아저씨가 구분한 낙중 낙서 낙동 따위의 구역들(이건 헤이안 시대 구분법이라며?? 뭐 지금은 딴데로 넓어져서 이대로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나름 도움이 되었음!)을 섞어 나 나름의 지역구분을 만든 다음(내가 지내는 중앙부-교토시청 교토 고쇼 등을 중심으로 교토 중부, 북부, 서부, 동부, 남부로 나눴음), 내가 반드시 가야겠다 싶은 곳들의 휴일(특히 니조조 중요했음-10년 전 휴일이라 못 본 게 억울해서)을 확인해서 그날을 피해 구역별로 날짜를 정한 정도였어. 한 3일째까지는 교통편까지 자세히 알아놨었는데... 재밌긴 했지만 최근 매번 칼퇴하는 주제에 집에만 가면 피곤해서(...) 4일째부터는 아예 대충 동선만... 환전 금액 때문에 입장료 같은 거나 자세히 알아봤지 뭐.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그 많고 많은 문화재들 중에 가고 싶은 곳을 조사하고 정하는 거였어. 일단 대략적으로 가고 싶은 곳들을 모조리 리스트화 했지. 휴일, 입장료, 관람시간, 지역, 간단한 역사적 개요까지. 그랬더니 어마어마하게 길어지더군... 음. 이건 아닌가 봐. 그걸 바탕으로 코스를 짜려니 이건 초인이 아니면 다닐 수 없는 코스가 나온다? 하하하. 근데 어느 하나 보지 않은 이상 포기할 수가 없었어. 여행 초짜라는 게 다 그렇지 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른다며 계획만 완전 빽빽하게 세우는 거... 도저히 버리는 게 안 돼서 머리를 싸매다 나로선 정말 엄청난 결단을 내렸어. 난 절대 즉흥적인 인간이 아니거든. 급작스런 사건이 닥치면 얼어붙는다고. 근데 뇌가 정보로 포화상태가 돼서, 녹아웃해버린 거야. 난 이제 결정할 수 없어! 일단 구역은 정했으니까 가서 닥치는 대로 해보자!... 즉흥적이지 못한 만큼 결정도 잘 못하는 인간이기는 하지 내가... ㅡ,ㅡ';;; (그런 주제에 여행은 잘도 질렀다 하면, 가고 싶었던 마음은 취직한 순간부터 있었다고 해두지. 난 보통 오래 곱씹고 마음에 담아두다가 터트리는 타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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