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인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왜 미야베 미유키 빠 주제에 미야베 미유키의 흑백과 메롱을 읽고도 그것보다 이 책을 먼저 리뷰하냐고 물으신다면(물으실 정도로 내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다만) 이번 선거, 정치와 관련해서 내가 느낀 미묘한 무력감과 이 책을 보고 느낀 감정이 꽤나 흡사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는지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실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너도, 이제 대한민국에는 '거의' 굶는 사람이 없고,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된다는것은 라면으로라도 끼니를 해결할 방도는 최소한 있다는 거니까. 나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 때문에 주린 배를 움켜쥐며 잠든 적이라든가 귀찮아서 아침을 굶고 회사에 가서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손가락 빨며 기다리는 것 같은 일을 제외하자면 말이다. 굶어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몸을 움직일 힘이 없어지고 어지러워지고 신체 대사가 제 기능을 못해서 배에 복수가 차오르고 면역력이 저하되어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고 뼈만 남은 앙상한 꼴이 되어 예가 현실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와중에 조용히 숨이 멎는 그런 죽음.

이책을 읽고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 것은, 결국 인간의 욕심이 약자들을 죽인다는 것이다.식량은 분명 많다. 지금의 기술로 세계 곳곳에 식량을 배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당장 전쟁을 해서 남의 것을 빼앗아 취하지 않으면 굶어죽어야 하는, 그런 일은 이제 없다. (아니 사실 그런 이유로 전쟁이 일어난 경우는 원시시대 뿐일 것 같긴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당장 내가 저 사람의 것을 빼앗아 취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처럼 이득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렇게 더, 더, 더 이득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고 박수를 친다. 그놈의 '경쟁력'을 위해 약자들이 먹고 살 곡식과 야채의 경작지, 사냥하고 채집할 풍부한 생태계의 숲을 없애고 대규모 플렌테이션 농장을 만들어 버린다. 아이가 먹을 옥수수를 저멀리 대규모로 사육되는 소공장의 사료로 팔아버린다.

혹은 우리의 무지. 좀더 고기를 먹고 싶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 초콜릿을 먹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 그 이면에 깃든 지리적 불공평성을 만들고, 또 식량을 생산할 땅을 없애고 기호식물을 기르는 대규모 농장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다국적기업들은 우리를 무지하도록 방치하고 종용한다. 

그런 욕심과 무지가 보편적인 세계에서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 명이라도 더, 체제에 의해 굶게 되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될까? 이 부분에서 나는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먹먹함을 느꼈다. 이러한 불공정성을 '당연한 세계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과연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멜서스의 인구론을 맹신하며, 기아는 자연의 섭리일 뿐이라고,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속담을 철칙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굶주리는 이들에게 감정이입하게끔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이 '경쟁력'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 것처럼 달리기만 하는 신자유주의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물음표만이 가득한 독서였다. 읽고 나서 악몽을 꿨을 정도였다. 


자전거 건축 여행-차현호 기타

다 읽었다. 여행 가고 싶다. 다른 것보다 일본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지역에도 박물관과 미술관,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속속들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보니 부럽다. 아니 우리나라에도 실은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걸까? 하나가 유명해지면 정작 그 유명한 경관을 망치는 각종 카페 러브호텔 술집 상점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아서 결국 쇠락해버리고 말게 만드는 관광 정책이 문제일까. 이건 서울에서도 많이 보인다. 북촌이라든가 인사동이라든가... 애초에 그 지역이 유명해졌던 이유인 오래된 가게와 집들은 터무니 없이 올라버린 집세에 쫒겨 사라지고 개성이라고는 없는 강남이든 어디든 다 있는 비슷비슷한 가게들이 조금씩 늘어나 금새 질리게 되는.
자전거를 못타는 게 아쉽다. 자전거 루트 지도가 너무 예뻐서. 그대로 따라 달려보고 싶어서. 그리고 깊이 있는 사색과 허황된 공상 사이를 넘나드는 건축 이야기가 고맙다.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해줘서. 겨우 한달여, 아니 한달씩이나! 일까. 여행이라는 건 같은 기간이라도 어떤 사람은 지겹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가 보다. 자전거로 한달이면 사실 나는 이미 중간쯤 나가 떨어졌을 것 같긴 하다. 일단 그전에 자전거를 배워야겠지만.
이 여행기의 주인공은 사실 자전거와 건축.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건축인 것 같다. 자전거로 달리는 마음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고, 직접 달려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사진과 그림과 인터뷰와 각종 자료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건축물의 이야기가 더 마음을 이끄는 걸지도 모르겠다. 
자전거 건축 여행
차현호 지음 / 앨리스




아직 안 읽은 책, 안 쓴 책 기타 등등 책 혼합

집에 있는데 덜 읽은 책

신자유주의의 탄생/장석준/책세상
앤서니 브라운 나의 상상 미술관/앤서니 브라운, 조 브라운/웅진주니어
닥치고 정치/김어준/푸른숲(도중에 포기했다. 이남자 말투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어. ㅜ,ㅜ)
브레이브 스토리/미야베 미유키/황매
지구별 사진관/최창수/북하우스
촘스키, 사상의 향연/노암 촘스키/시대의 창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까치글방
세상 끝 천 개의 얼굴/웨이드 데이비스/다빈치
한밤의 아이들/살만 루슈디/문학동네
동유럽신화/권혁재 외/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코맥 매카시/사피엔스21
추재기이/조수삼/서해문집
타이거! 타이거!/알프레드 베스터/시공사
유년기의 끝/아서 클라크/시공사
메롱/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흑백/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

말고도 더 있을 듯도 하지만 2년 이상된 건 아무래도 기억이 안나니 집안에서 발굴하는대로 읽어야겠다. 사고 싶은 책이 있는데 있는 것부터 읽으려고 일단 적어 놓은 것. 이거 다 읽을 때까지는 책을 사지 않으리.


리뷰를 써야 할 책들 리스트도 정리해보려고 하니 미투데이로 쓴 글이랑 섞여서 기억이 혼란하다. 이건 다음에 정리해야겠다. 에이 참 이 기억력 하고는.


최근 읽은 책+ 영화는 깍두기 책 혼합

대여점에서 만화를 좀 빌려읽고 있다.

디그레이맨
흑집사
클레이모어

흑집사는 괴랄하고 중2적인 허세가 쩔기에 심심풀이로 읽을 만하다. 디그레이맨과 클레이모어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이 그자체로 대단한 일이 되는 암울한 세계관에 소년만화적인, 방황하나 절망에 굴하지 않는 주인공들이 나와서 좋다. 

화차 개정판을 읽었다. 어느 부분이 늘었는지, 구판이 너무 희미해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알 것도 같다. 진행이 좀더 루즈해지긴 했다. 그렇지만 숨막히는 그 느낌이랄까 그건 여전하다. 영화판 화차에서 그 장면이 재현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노숙자등 신원불명자 부고란을 뒤지면서 눈을 붉게 물들이고 야차처럼, '제발 죽어줘, 아빠. 제발 죽어줘.'라고 중얼거리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장면이 가장 강렬하고, 숨막히고, 괴롭다. 화차는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부모의 빚 때문에 나락으로 굴러떨어진 여자. 정말 평범했던 집이 점점 아주 천천히 수렁으로 빠져서 더이상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그냥 놓아버리면 좋을 텐데, 진짜 나쁜 사람이라면 영리한 사람이라면 놓아버렸을 텐데, 파산이든 뭐든 했을 텐데, 그지경까지는 안 갔을 텐데. 몇번이나 되새기면서 소름끼쳐하면서 끊어내지 못하는 미련과 집착의 산물인 점점 불어나는 빚더미를 떠올린다. 아, 싫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중에서 내가 감정이입을 하는 바람에 읽을 때마다 좀 힘든 책 두권이 있는데 하나는 집에 대해 다룬 이유(집에 대한 내 강박관념은 고쳐지지가 않는다)고 나머지 하나가 화차다. 그렇지만 사실 난 모방범보다도 이유와 화차가 더 미야베 미유키의 굉장한 느낌을 압축적으로 담아내지 않았나 생각하곤 한다. 

얼어붙은 송곳니의 영화판, 하울링을 보았다. 멍멍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아야 할 만한 멍멍이를 위한 영화이다. 그러나 멍멍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분명히 마지막 쯤에 눈물을 펑펑 쏟고 말거다. 내가 그랬으니까. 젠장, 멍멍이 주제에 너무 멋지잖아. 원작을 재밌게 읽은 나로서는 이나영이 그리 취향은 아니었는데(좋아하는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반발짝쯤 떨어진 듯한 이나영의 이미지가 의외로 원작의 차별속에서도 강인하고 고고하면서도 끈질긴 여경찰의 모습과 잘 맞아떨어져서 신기했다. 송강호는 뭐... 원작보다 더욱 한국 아저씨 전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것도 내용에는 들어맞아서 상당히 괜찮았다. 눈에 보이는 경찰서 내의 차별도 괜찮았고, 기대를 하나도 안 했는데 예상보다 수작. 일단 늑대개... 그저 허스키 변종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멍멍이가 예뻐서 사실 별점으로 환산하자면 십점 만점에 십점을 멍멍이에서 이미 다 주게 되어버린다. ㅠ,ㅠ

빌 브라이슨은 정말 내 인생의 촉촉한 보습제다. 이번에 호주 여행기를 읽었는데 너무 행복하고, 호주가 그렇게 재밌는 땅덩이인줄은 빌 브라이슨 덕택에 처음 알았다. 부럽다. 영어 사용자라는 이유로 모국어만으로도 세계의 많은 국가들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다. 젠장. 작은 나라 태어나서 억울하다.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었어야 하는데.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우리 회사 여행기에도 조금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로 했다. 모든 게 일로 이어져서 조금 우울해질 법도 한데 빌 브라이슨이니까 용서한다.

앤소니 브라운의 나의 상상 미술관을 샀다. 그림책은 아니고 앤소니 브라운의 자서전 같은 책이지만 그가 그렸던 그림들이 작은 컷으로라도 촘촘히 박혀 있고 그림을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세세한 설명이 나와서 그림책/어린이책 기획에 도움이 된다... 젠장. 이런 걸 읽고도 난 일 생각을 한다. 편집자가 이 사람 만나서 독립해서 회사를 세웠단다. 아마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니까 회사도 엄청 커졌겠지. 이 사람에게도 그 편집자는 인생의 동반자요 행운의 여신이었겠지만 아마 편집자에게도 그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나는 그런 편집자가 될 수 있을까? 작가와 만나 진심으로 소통해서 함께 성장해가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독자들은 편집자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서문에 작게, 인사치레로라도 이 책이 이렇게 나올 수 있었던 건 편집자님 덕분이에요. 라고 말하면 감동이 ㅠ,ㅠ 장난 아니다. 꿈의 경지랄까. 지금 3분의 2정도 읽었는데 쉬고 있다. 들고 다니며 읽을 수가 없어서.

회사에서 여행기 작업을 많이 하게 되어서 참고용으로-당근 회사돈으로- 여행서 몇권을 질렀다. 그 와중에 회사 아이가 자기 소장하겠다며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로셀로나로 떠나다'라는 책을 산 것을 본인이 읽기도 전에 빌려서 후딱 읽었다. 웹툰에 가깝지만 글도 꽤 있다. 바로셀로나! 지저분하지만 옛 모습이 잘 남아 있는, 인구 200만에 세계적인 대도시라며 도시민의 프라이드를 내세우는, 우리로서는 응? 스러운 멋진 도시. 이사람 저사람 만나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보다 혼자 놀기에 더 익숙한, 나랑 비슷한 아저씨 한 마리가 본 바로셀로나의 풍경이 참 좋아 보였다. 아, 여행가고 싶다. 그림 진짜 잘 그린다. 나도 프로페셔널인데 해외에 가서는 발닦개나 다름 없는 의미없는 프로페셔널이라는 사실이 난 항상 슬프다. 언어가 내 인생이긴 하지만 외국에서도, 당장 어디에 떨궈놔도 내 먹고 살길은 찾을 수 있는 녀자가 되고 싶은데.

이제는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려고 한다. 사진이 너무 멋져서, 편집도 아주 멋지고... 보고 샅샅이 배워서 내것으로 만들어내야겠다... 생각한다. 이건 거의 공부 기분으로 읽게 되는 책이랄까. 그래도 행복하니까 괜찮아. 난 공간감각이 꽝이라서 사진집 같은 걸 편집하는 건 아직 어렵다긔.. 문장 다루는 게 훨씬 편하다긔...



라비니아 읽는 중! 소설

오오! 라비니아! 

역시 어슐러 르귄은 최고다! ㅠ,ㅠ 눈물나.. 아껴읽어야 할 거 같은데 뒷내용은 궁금해! 아이네아스의 모험에 대해 잘 모르는 무식함이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진다. 신들을 섬기는 고대 세계의 모습이 선연하게 나타나서 너무 좋다. 이런 글 읽고 싶었다. 풍속지 같은 밀도의 묘사 ;ㅁ; 내 사랑!!!! 천천히 곱씹어 읽어야지. 

계속 읽으면서 A, B, C 들이라고 '들'이 띄어쓰기 되어 있는 게 신경 쓰였는데 오늘 사전을 찾아보니 복수를 일컫는 접미사말고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그 열거한 사물 모두를 가리키거나,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의존명사가 하나 더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발견. 어색하니까 기억해 둬야지.


다 읽었다! 감동적이나. 그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자세한 감상은 천천히 올리리. ㅠㅠ 라비니아를 읽고도 의욕이 50%도 안 찬듯하다니... 현재 영혼이 정말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갈라져 메마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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